시간은 정말 빨라.

이 여행을 다녀온지도 열흘이 다 되어간다.

성격상, 이렇게 하루이틀 미루다

역시 이 사진들과 기억을 그냥 내 컴에 사장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이번엔 굳은 의지로 끝까지 올려보련다.

오늘은 우선 첫날만.

 

************

 

흠... 방학을 맞아 북해도 여행은 좌절되고

오사카에 있는 친구에게 갑자기 놀러가겠다고 선포(?)하고

오사카를 어떻게 가면 가장 쌀까... 하던 중

청춘열차 18이라는 지극히 낭만적인 이름의 티켓을 샀다.

JR 보통 열차를 맘대로 탈 수 있는 이 티켓은 5장이 한 세트.

한장당 2300엔 정도니까 우리돈으로 2만원.

이 티켓으로 6번 갈아타고 9시간 걸려 오사카에 간다면

결국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2만원이면 갈 수 있는 거다.

신칸센이 15만원 정도하니까,

정말 환상적인 금액이지.

물론 시간과 체력을 따지면 그리 경제적인건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이 티켓 한장과 인터넷에서 찾은 시간표를 가지고 떠났다.

이게 그 시간표.

 

東京9:15→10:53熱海10:59→11:58興津12:08→13:42浜松13:49→14:21豊橋14:25→15:44大垣16:04→16:40米原16:51→18:13大阪

사실 조금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되어서

그날 새벽 3시에 잤는데도 6시에 일어나서 도쿄역에 갔다.

도쿄를 딱히 벗어나본 적이 없으니까,

정말 이대로 떠날 수 있는건지,

내스스로 첫 열차를 탈 때까지 반신반의했다고 할까.

게다가 날씨는 참 더우시고...

대략 정말 초간단으로 싼 짐도 무거우시고...

처음 가본 도쿄역도 낯설고.

그래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

카메라의 존재 자체를 완전 잊고 있었지...

 

어쨌든 첫 열차를 타고 아타미를 가던 중.

카메라의 존재가 생각난 것은 이 사진 때문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

아무 생각없이 창밖을 보고 있는데,

역 이름이 니노미야였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아라시의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니노미야~ ㅎ;;;;

그래서 그 사실을 깨닫고 그전까지 완전 잊고 있었던 카메라를

광속의 속도로 꺼내 찍었다. ㅎ

 

하지만 덕분에 이후 사진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거.

 

그리고

도쿄역에서 30분 좀 넘게 달리다 보니 한쪽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너무너무 좋아서 창에 붙어서 찍은 사진.

 

 

내가 여행을 떠났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한 순간이였다.

 

 

거의 30분 넘게 펼쳐지는 이 바다 풍경은

거의 관광열차 수준이였다...

 

 

그리고 <푸른불꽃>의 니노가 자전거로 달리던 그 바다 옆 도로도 생각났다.

역시 이런 바다를 보며 자란 소년은 뭔가 특별할 것 같다...

 

 

이런 작은 역도 지나고....

 

그리고 처음 내린 아타미라는 곳은 온천으로 꽤 유명한 관광지였다.

이 바다 풍경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라도

나중에 꼭 한번 가봐야지... 맘 먹었다.

 

그리고 열심히 열심히 갈아타서,

처음 아타미에서 갈아탈 때는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

하지만 일본 열차는 정말정말 시간을 잘 지키기에 정말 편했다.

물론 이 시간에 대한 강박 때문에 예전에 엄청난 사고도 있었다고 하지만.

-좀 늦은 열차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으로 달리다가 커브할때 감속하지 않아 그대로 탈선했다는... =,=-

그래서 세번째로 갈아타는 하마마츠역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음 차를 타기로 하고.

 

 

이곳이 나의 점심 식사 장소.

투박하고 낡았지만 꽤 맘에 들었던 의자.

 

 

역 밖으로 나와 마트에서 사온 스시 도시락.

무신경에게 가져왔더니만 이 모냥이 되어버렸지만 ^^;;

뭐 맛있게 먹었다.

일본에 와서 스시 도시락은 절대 안 사먹는 편이지만,

-차라리 그돈을 모아 나중에 좀더 좋은 스시집에 가자는 주의-

여행 중이니까. ㅎ

 

 

 

도시락을 먹으면 본 창 밖 풍경.

좋았다.

멀리 지나가는 게 광속의 신칸센...

 

 

그리고 다시 열차에 올랐다.

이전 열차들은 지하철처럼 7명씩 앉는 자리였는데

이 때부터는 기차처럼 2명씩 앉는 자리라

더 여행기분이 났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찍은 사진들.

 

 

도쿄에 온지 5개월이 되었지만,

일본의 도시 외에 그닥 다른 모습을 본적이 없어서 너무 새로웠다.

정말 푸르른 시골 풍경.

시골 풍경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포천에 계신 엄마, 아빠 생각이 났다.

보고싶고, 그립다.

 

 

이런 작은 건널목도 지나고

 

 

도시에나 시골에나 어디에나 있는 자전거 주차장...

 

 

하지만 한국과 굳이 비교하자면

좀더 정돈된 느낌이랄까.

 

 

도쿄는 어디나,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고 넘쳐나는데,

이렇게 사람없이 한적한  역도 참 많았다.

 

 

이런 평범한 풍경을 보면서도 넘 행복했다.

역시 떠나길 잘했어... 라는 생각이...

 

 

시골 풍경을 볼때마다 <세중사>도 생각났다.

자전거로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 그.

 

 

사실 이 구간에서는 거의 매 역에서 역의 표지판을 찍었다.

이 사진은 교우와역이라... 어디쯤일까...

 

 

한참의 시골 풍경이 지나고 좀 도심으로 나온 느낌이였다.

열차 창밖으로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저들과 나의 짧은 스침. 그 접점.

이 사진이 기억해줬다.

 

 

종종 옆으로 지나가던 신칸센.

너무너무너무 빨라서 깜짝 놀랐다.

언젠간 꼭 타봐야지...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느긋히 창밖을 감상할 수 있는 보통 열차 여행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갑자기 저렇게 높은 빌딩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큰 건물도 나오고.

아마 한전같은 회사인듯...?

알고보니 이곳은 나고야였다.

 

예전에 일본에 오기 직전 3월에 다닌 일본어 회화의 센세이,

청국장을 무지 좋아하던 일본인 고바야시 센세이가 나고야 출신이라고 했었는데...

나고야라고 하면 나고야의 태양 선동렬 밖에... ^^;

우리나라로 치면 대전 정도? 그래도 꽤 큰 도시.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나고야는 공업도시(?)인데,

나고야 사람들은 좀 점잖달까 그런 이미지가 있다고.

 

 

 

또 달리고 달리다 선 역.

 

 

카메라 봐주신 남정네.

얼굴은 아니지만 간지가 <스탠드업>의 오구리순 ㅋㅋ

절대 요새의 오구리순이 아니다.

무식한 축구부 주장으로 나오던 <스탠드업>의 오구리순이다. ㅎ

 

 

멀리 보이는 공동묘지.

일본은 공동묘지가 저렇게 무심히 있어서

종종 깜짝 놀란다.

 

 

세키가하라역.

기억나진 않지만, 이 구간의 거의 마지막 역이던 듯.

 

이후 구간은 사람도 너무 많고,

임시 좌석에 앉아온 탓에 사진이 없다. ㅠㅜ

괜히 아쉽네.

역시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어...

 

 

 

 

그리고 두둥~

 

 

드디어~ 신오사카역 도착!

오사카역이 좀더 오사카 중심부이지만

신오사카역에서 신칸센이 출발하기 때문에 매우 큰 역.

친구네서 신오사카역은 지하철로 한정거장이여서

신오사카역에서 하차.

 

오사카의 첫 인상은... 흠...

역시나 무척 크고, 사람이 많고...

뭐, 사실 도쿄랑 크게 다른 느낌은 없었다.

그냥, 아... 잘 도착했구나 하는 안도감에.. ^^

 

 

꺄아~ 케로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도쿄에선 내가 절대 관심없는 포켓몬을 하고 있어서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말이지...

물론, 그냥 이 포스터만 찍고 이벤트를 하진 못했지만,

이 포스터를 본 순간

울며 달려오는 케로로가 마치 나의 오사카 입성을 열렬히 반기는 착각을 ㅎ

아리가또~

 

 

친구네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다 찍은 역 밖 풍경.

왠지 오사카의 평범한 풍경은 한국과 비슷했다.

 

이날의 마지막 사진은 바로 이...

 

 

짝퉁 여신상님.

드디어 도착한 친구네 동네 역에서 내리자마자 보고 깜짝놀랐다.

너무나 뻔뻔하게 서계셔서 말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모텔이였던 것 같다. =,=

 

 

 

그리고 장난꾸러기 아들 둘을 데리고 자전거로 마중나온 친구를 만났다.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난거니까 거의 16년? 17년만에 만남.

서로 중학교때랑 얼굴이 똑같다고 하면서... ㅎ

아마 길거리 가다 우연히 만났어도 알아봤을 정도이다.

아이를 둘이나 낳고도 똑같다는 건 정말... 흠...

대단해.

 

 

정말 정말 더운 날이였지만,

계속 열차만 타고 있었던 탓에

여행중 그나마 더위 때문에 가장 덜 고생했던 날.

무모한 시도였을지 모르지만 즐거웠다.

도쿄를 벗어나 일본의 이런저런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봤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해냈다는 느낌에 내 자신이 대견한, ㅋ

 

 

 

 

****

 

 

사진 정리부터 시작해서 꽤 오래 걸렸지만,

아주 귀찮은 일이지만,

역시 시작하길 잘했어.

그날의 기분이 다 생각났다.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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