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 이진우 *
말하자면 겨울강은
낡은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다
새벽에 불어오는 바람이나
한밤중의 교교한 달빛 같은
스치며 지나가는 것들이
무뎌진 강물의 신경을 건드리면
강은 무너질 듯 삐걱거리는
신음소리를 낸다
누군가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다른 하늘로 날아가는 새들처럼
바닥 깊은 곳으로
잠수하는 물고기처럼
어디론가 달아날 곳을 찾지 못하는
말하자면 겨울강은
마음 연약한
살과 부러지기 쉬운
뼈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흘러가다가 가다가 강가의 언덕에
세게 부딪히면
강은 물의 몸을 버리고
다른 모습으로 변장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겨울강은
산속으로 들어가 겨울숲이 되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빈 둥지 보여주는 새가 되기도 하고
얼어붙은 계곡의 바위가 되어
눈 내리는 세상 지켜 보기도 한다
말하자면 겨울강은
겨울나무 속으로 들어가
잎들 대신 그윽한 눈빛이 되기도 하고
새들의 입속에 들어가
침묵하는 대신 사랑의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들어가
부서지지않는 물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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